최육열 목사의 목회칼럼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들어본 적 있는가?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정리해 주는 사람이다. 떠난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모아 그 사연들을 책으로 냈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떠난 사람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까? 많은 기구한 사연들이 있다.

   철거예정인 집, 이사 전에 세간을 다 폐기해야 하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아 특수청소업체에 의뢰를 했다. 와서 보니 열 명 이상의 인력을 이틀 동안 투입하여 무려 10톤의 쓰레기가 나올 집이었다. 그 쌓여 있는 쓰레기들 속에는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과자 봉지부터 1980년대의 잡지, 신문, 레코드판 같은 과거의 물건들도 있었다. 박물관이 따로 없었다. 신입직원이 사장에게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살 수가 있죠?” <먹고 사는데 치이고, 사람한테 배신당하고, 외로움에 사무치다 보면 삶의 의욕을 잃고 생활의 의지를 놓게 되기 때문이지....>

   그 쓰레기로 가득찬 집에는 의뢰인 외에 그녀의 오빠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딸이 갓난쟁이일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그 사고로 인해 어머니도 한쪽 다리를 잃었다. 아담한 집에서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부부였다. 하지만 한 순간의 사고로 집안의 가장이자 기둥이었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젊은 아내는 한쪽 다리를 절단한 몸으로 갓난쟁이 딸과 네 살배기 아들을 키워야 했다. 의뢰인인 그녀의 어머니는 보상금을 받아 겨우 아이들을 키웠는데 상상도 못할 현실에 생활을 영위해 나갈 의지를 잃어버렸다. 그때부터 집안을 치우지 못하니까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득 가득 집안에 쓰레기가 쌓이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남매는 성인이 되었다. 그런데 아기 때부터 쓰레기를 보아왔던 터라 그런 쓰레기 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자랐다. 그런 쓰레기 환경에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있었다. 쓰레기 환경이 당연한 줄 알고 자란 것이다.

  탈렌트 김혜자 씨가 지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에 전쟁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갓 태어나서는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쉽게 목숨을 잃고 하루에 한 끼 조차 먹기 힘들어 굶어죽기 일쑤다. 그런데 그렇게 참혹한 환경에서 어린아이들이 총을 들고 전장에 뛰어든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은 이러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파리 한 마리만 눈앞에 날아다녀도 쫓아 버리거나 파리채로 잡으려고 하지만 아프리카 그 참혹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수십 마리의 파리가 얼굴에 달라붙어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늘 익숙하게 겪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그 참혹한 환경이 당연한 줄 알고 자란 것이다.

   쓰레기 집 안에서 자란 두 남매는 쓰레기가 있는 것이 당연한 줄 알고 자랐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엄마로부터 집을 깨끗이 하고,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환경이 쓰레기가 가득차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도 그 어머니는 이 집을 떠나는 게 미련이 없었다. 쓰레기 가득한 집을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환경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2021년도 새롭게 시작하려고 모두 새출발을 했다. 작심삼일이 될까봐 사실 염려도 된다. 그러나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라. 기도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들어가라. 성경을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들어가라.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들어가면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이 말을 기억하는가? “당신이 살고 있는 방이 당신 자신이다.”

   “하나님 제 자신을 변화시켜 주세요.” 아무리 기도해도 잘 안 되는 이유가 혹시 당신의 방이 쓰레기 환경이라 그런 것은 아닌가? 우선 청소부터 하라. 마이너스 자기장을 없애고 플러스 자기장을 심어주는 청소의 힘이 있다. 환경을 바꾸어 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라. 그 속으로 들어가라.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