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육열 목사의 목회칼럼

세상의 영웅, 믿음의 영웅

우리는 영웅을 좋아한다. 영웅 이야기도 좋아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가 로마인들이 후세들에게 들려주었을 것 같은 영웅들을, 아주 평범한 영웅 하나를 발견했다.

로마는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뀐 때가 있었다. 공화정으로 바뀌었지만 나라의 국력을 신장시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이런 저런 경제적 관계가 얽혀서 에트루리아의 타르퀴니우스가 클루시움에 도망쳤고 거기서 클루시움의 왕 포르센나가 타르퀴니우스를 왕위에 복귀시키기 위해서 직접 로마로 쳐들어온다. 포르센나의 이름은 로마에서도 명군인 동시에 명장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로마군인들은 포르센나라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였다. 포르센나가 로마를 포위하여 로마는 이제 꼼짝 달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비축된 식량도 바닥이 나고 있었다. 사방으로 포위된 것을 뚫어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시도를 해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때에 로마에 무티우스라는 젊은이가 로마를 구하려면 포르센나를 죽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독으로 적진에 들어가 그 포르센나를 죽이려고 했는데 단독으로 하면 탈주병으로 여겨질까 걱정을 하다가 원로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두 집정관과 원로원의 허락을 받아 단검 하나만 지닌 채 강을 건너 테베레 강 서안에 도착한다. 적진으로 들어가 포르센나 왕이 있는 자리 가까이까지 가는데 성공했지만 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누군지를 몰랐다.

모두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볼 수 없었는데 그때 돈을 나누어 주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무티우스는 저 사람이 왕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단칼에 죽여 버렸다. 그러나 그는 왕의 비서였다. 끌려온 무티우스는 왕 앞에서 가슴을 펴고 말했다.

“나는 로마 시민이다. 이름은 가이웃 무티우스. 내가 포르센나 왕을 죽이려다 애석하게도 실패했지만 나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 운명을 감수하는 것은 로마인의 특징이다. 로마의 젊은이들은 당신에 대한 끝없는 투쟁을 선언한다. 내가 죽으면 또 다른 젊은이가 올 것이고, 그 젊은이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젊은이가 올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계속 될 것이다. 당신도 각오하게는 게 좋을 것이다.”

격분한 포르센나 왕은 고문을 해서라도 그 배후를 캐려고 했다. 그러나 무티우스는 목청을 높여 이렇게 말합니다. “오직 겁쟁이만이 일신의 안녕을 염려하는 법이다.” 이렇게 외친 무티우스는 불타고 있는 횃불을 왼손으로 움켜잡고 오른손에 눌러댔다. 살이 타는 냄새가 주위에 자욱했다. 대담하고 용감하게 자신의 소신과 죽음을 불사한 이 무티우스의 모습을 본 포르센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되었다. 너는 나에게 주는 것보다 훨씬 큰 고통을 너 자신에게 주었다. 너의 담대함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내 백성들 중에도 너 같은 젊은이가 있다면 좋으련만..... 너를 아무 조건 없이 풀어주겠다. 자, 어서 떠나거라.” 그렇게 하여 무티우스는 할 수 없이 돌아온다. 그의 오른손은 불에 타 문드러졌다. 그러나 그 고통보다 더 큰 것을 적장에게 심어주었다. 포르센나는 이 사건을 겪은 후 로마에 화평을 제의하였다. 무티우스는 그 이후 왼손잡이 무티우스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오른손이 문드러져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권에서 그녀는 이런 생각을 덧붙인다. “로마 시대의 어린이들은 눈을 빛내면서 이런 일화, 무티우스의 그 용감함에 대해서, 영웅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8.15 광복절이다. 일제강점기 아래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영웅들은 정말 많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신앙의 영웅들도 있었다. 정치인들도 있었다. 그런 영웅들을 영웅으로 다음 세대에 들려주어야 한다.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는 수치를 당하지 않기 위해, 공산주의 사상과 권력에서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독립투사의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들려주자. 신앙의 영웅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자. 이 나라에 무티우스 같은 젊은이들이 더 많게 하자. 히브리서 11장의 믿음의 영웅들의 바통을 이어받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