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화현상

    길을 지나다 보면 가로수가 벌써 가을을 알리는 듯 색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단풍철도 아닌데 누렇게 변한 은행나무가 이곳저곳에서 눈에 띱니다. 가을에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과는 달리 시들한 이파리가 종잇장처럼 빛바랜 모습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서 가을이 벌써 왔나 생각될 정도입니다. 봄이 너무 뜨겁게 찾아오더니 가을도 너무 일찍 차갑게 찾아오려나 싶습니다.

    그런데 그 잎이 그렇게 누렇게 변한 것은 가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랍니다. 서울시에서 조사를 했는데 서울시에 있는 은행나무 28만 4498그루 중 2380그루가 현재 황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황화현상을 겪는다고 나무가 금방 죽는 것은 아니지만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심할 경우에는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한번 황화 현상이 나타난 잎은 다시 푸르게 변하지 않고 새잎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치료를 받는다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다양한 가로수 중에서 특히 은행나무에만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가 했더니 은행나무가 겉씨식물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분을 빨아들이는 물관이 없거나 헛물관만 있는 겉씨  식물 특성상 물을 천천히 빨아들이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들면 약하다는 것입니다. 겉씨식물은 회복도 아주 느리답니다. 황하현상을 겪는 은행나무가 올해 유달리 많은 이유는 올봄이 무척 더웠고 가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올봄의 서울시 4월 평균기온은 예년에 비해 4도나 높았다고 하고 강수량도 작년에 비해 1/3로 줄어들었다고 하니 이런 현상이 심할 수가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예산 2억원을 들여서 각 구청에 배분하여 급수차량으로 조치를 했지만 황하현상을 막지는 못했답니다. 지난주간에는 서울과 수도권에 엄청 비가 내렸습니다. 이제 비가 온들 그 황화현상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저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요.

    이런 황화현상의 모습은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의 모습 가운데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말씀이 부족하고 성령님의 은혜로 사는 것이 부족하여 영적인 자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영적인 삶이 누렇게 뜬 사람들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2장과 3장을 보면 세 종류의 사람들이 나옵니다. 본성에 속한 사람(고전2:14), 영에 속한 사람(고전2:15), 육신적인 사람(3:1-3). 그중에 육신에 속한 사람은 누렇게 떠 있어서황화현상을 겪고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고린도전서 3:1-3절에,

 “1 형제들아, 내가 영에 속한 자에게 말하는 것 같이 너희에게 할 수 없어서 육신에 속한 자 곧 그리스도 안에 있는 갓난아이들에게 말하는 것 같이 하였노라. 2 내가 너희를 젖으로 먹이고 음식으로 하지 아니하였나니 이는 지금까지 너희가 그것을 능히 감당하지 못하였으며 지금도 능히 못하기 때문이라. 3 너희가 아직도 육신에 속하였도다. 너희 가운데 시기와 다툼과 분열이 있으니 너희가 육신에 속하여 사람들처럼 걷지 아니하느냐?”라고 하셨습니다.

    육신적인 사람은 정상적인 음식을 먹지 못합니다. 젖만 먹을 뿐입니다. 또한 육신적인 특징들이 나타납니다. 시기도 있습니다. 다툼도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분열시키기도 합니다. 하는 짓이 꼭 애 같습니다. 쉽게 삐집니다. 토라집니다. 쉽게 흥분합니다. 뒷담화의 도사입니다. 남을 격려할 줄도 모릅니다. 섬김만 받으려고 합니다. 겉은 그럴듯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집안에서나 나가서나 희생할 줄을 모릅니다. 그런데도 자신이 뭔가를 꽤 하고 살아간다고 착각합니다. ‘오고가는 착각 속에 헷갈리는 너와 나’입니다. 영적으로 누렇게 떠 있는데도 그걸 모릅니다. 이런 현상이 오기 전, 아니 있다고 느낀다면 자신이 그것을 인식하고 치료와 회복에 힘을 써야 합니다. 

 
시편 1:1-3절의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십시오.
“1 경건치 아니한 자들의 계획대로 걷지 아니하고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조롱하는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는 사람은 복이 있나니 2 그는 {주}의 율법을 기뻐하며 그분의 율법을 밤낮으로 묵상하는도다. 3 그는 물 있는 강가에 심은 나무 곧 제 철에 열매를 맺는 나무 같으며 그의 잎사귀 또한 시들지 아니하리로다. 그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형통하리로다.”

    뿌리를 강가로 뻗어 충분히 흡수하는 나무처럼 말씀과 예배에 우리의 영적생활의 뿌리를 깊이 내려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어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