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육열 목사의 목회칼럼

38명의 방관자, 부활의 증언자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저녁, 뉴욕 퀸스 지역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28세의 여성이 술집에서 야간당번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었다. 그 시각은 새벽 3시쯤. 그런데 갑자기 수상한 괴한이 나타나 그녀를 칼로 찌르고 도망갔다. 그 여성, 제노비스는 칼에 찔린 채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도망갔으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어느 가게 앞에 쓰러졌다. 그런데 그 괴한이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나타나 쓰러져 있는 여인에게 다가가 다시 찌르고 사라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소리치며 아파트 입구까지 도망쳤다. 그때 그 괴한이 또 다시 나타나 이번에는 그녀를 강간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당시 미국 전역을 뒤흔든 이 사건은 특히 뉴욕 주민들에게는 수치스러운 사건이었다. 이것이 잔인한 사건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그것 이상의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다. 모즐리라고 하는 그 범인이 제노비스를 35분에 걸쳐 3번 칼로 찌르고 강간하는 동안 목격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단 한 명이 아니라 38명이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방관자였다..

이런 38명의 방관자가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피폐해진 인간성 때문일까? 타락한 본성 때문일까?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남의 일에 참견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그 이기심 때문일까? 왜 이러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일까? 심리학계는 그것이 무엇 때문인가를 조사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비브 라텐과 존 달리는 제노비스의 사건을 실험하기로 했다. 이들은 작은 방에 있는 한 학생을 가짜로 간질발작을 일으키게 했다. 옆방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있을 때와 네 명의 사람이 있을 때 달려와 도와줄 확률은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한 사람뿐이었을 때 와서 도와줄 확률은 85%였다. 하지만 자신 이외에 4명의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 어떤 사람의 간질 발작소리를 들었을 때는 달려와서 도와 줄 확률은 31%였다. 이것을 “책임감 분산”이라고 한다.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적어진다는 것이다. 즉 목격자가 많을수록 사람들이 방관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었다. 이것을 ‘방관자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강도를 만나 사람을 당장에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데 그냥 가버린 사람들이 있었다. 소위 말씀을 연구하고 성전에서 일하는 제사장과 레위인이다. 성전에서 일하는 직분자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죽어가는 강도 만난 사람을 살릴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은 모른 척 그냥 지나쳤다. 강도 만난 사람은 죽어 가는데 누가 그를 도와 줄 것인가? 여행 중이던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도와준다. 그는 유대인들이 상종도 하지 않는 개 취급을 받았던 사람이다. 사마리아인 여행자는 그를 살려냈다. 이 사람은 방관자가 아니었다.

오늘은 부활주일이다. 부활의 목격자가 되어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살아나신 모습을 증언하는 증언자들이 있었다. 그런 증언자들이 목숨을 걸고 증언하고 또 증언했기 때문에 분명하고 정확한 복음은 오늘 우리에게까지 왔다.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 증언자. 예수 그리스를 믿고 구원받았다고 말하는 증언자. 만약에 복음의 방관자가 더 많았다면 나에게까지 복음의 기쁜 소식은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적극적인 복음과 부활의 증언자들이 있었기에 복음은 오늘 나에게까지 온 것이다. 방관자가 아니라 증언자가 되라. 그것이 나도 살고 이웃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