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육열 목사의 목회칼럼

뿌리를 내리고 뿌리의 힘을 키우라

  1월 1일에 만난 책, <나는 나무에서 인생을 배운다>라는 책에서 30년간 나무의사로 살아간 우종영 작가는 나무의사가 된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가난한 부모님 밑에서 암울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천문학자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는데 색약판정을 받아 그 꿈을 포기하였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우산도 팔고 좌판 신문도 팔아보고 길거리의 삶을 전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알고 지내던 형의 소개로 농장에서 숙식을 해결 조건으로 도제를 시작합니다. 원예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지만 먹고 자는 것도 해결해 준다니까 갔습니다.

원예공부를 한 농장주인은 일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주인의 어깨너머로 풀과 나무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하나둘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모든 것이 신기해서 나무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원예대백과사전을 구해다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눈동냥, 귀동냥으로 공부하던 어느 날, 주인이 처음으로 일을 시킵니다. 고무나무를 꺾꽂이로 번식시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무나무를 자르고 물에 담가 수액을 제거한 다음 줄기 끝에 황토로 경단을 만들어 붙여 모래 상자에 심었습니다. 연탄난로를 피워 모래 상자를 따뜻하게 덥히고 모래가 마르지 않게 때에 맞춰 물을 주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난로를 피우고 물을 주었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런다고 뿌리가 나올까? 이 작은 줄기가 정말 커다란 나무로 자랄 수 있다고?”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하여 주인 몰래 모래 상자에 손을 댔습니다. 정말 뿌리가 나왔을까? 하며 조심조심 몰래 모래 속에 묻힌 고무나무 줄기를 꺼내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황토 경단을 뚫고 나온 가느다란 뿌리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미동 하나 없이 모래 상자 안에 꽂혀 있던 고무나무 줄기가 어느새 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침내 고무나무를 옮겨 심던 날 농장 주인이 이렇게 말합니다.

“고무나무는 여건상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자랄 수 없지만 따뜻한 나라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만 하면 20-30미터를 훌쩍 넘는 거목으로 자라지. 나무를 키울 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눈에 보이는 줄기가 아니라 흙 속의 뿌리란다.”

   나무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보이는 줄기가 아니라 흙 속의 뿌리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나무는 미국 세쿼이아 국립 공원에 있는 지름 11미터, 높이 84미터의 제너럴 셔먼 트리입니다. 놀라운 것은 아무리 큰 나무라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는데 싹이 튼다 하여도 몇 년 동안은 자랄 수가 없습니다. 왜 막 싹을 틔운 어린 나무가 자라지를 않고 생장을 마다할까요? 그 이유는 땅 속의 뿌리 때문입니다. 작은 잎에서 만들어 낸 소량의 영양분을 자라는 데 쓰지 않고, 오직 뿌리를 키우는 데 씁니다. 눈에 보이는 생장보다는 자기 안의 힘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뿌리의 힘을 키우는 데 쓰는 것입니다. 그 시기는 어떤 고난이 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기입니다. 거친 비바람이 몰아쳐도 거센 폭풍우가 닥쳐와도 뿌리의 힘을 강하게 한 나무만이 견딜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뿌리를 강하게 하는 시기를 갖는 것입니다. 그렇게 뿌리에 온 힘을 쏟는 어린 시절을 ‘유형기’(뿌리에 온 힘을 쏟는 시기)라고 합니다.

  나무는 유형기를 보내는 동안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벌입니다. 따뜻한 햇볕이 아무리 유혹해도 주변 나무들이 보란 듯이 쑥쑥 자라나도, 결코 하늘을 향해 몸집을 키우지 않습니다. 땅 속 어딘가에 있을 물길을 찾아 더 깊이 뿌리를 내릴 뿐입니다. 그렇게 어두운 땅 속에서 길을 트고 자리를 잡는 동안 실타래처럼 가는 뿌리는 튼튼하게 골격을 만들고 웬만한 가뭄은 너끈히 이겨낼 근성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나무마다 다르지만 뿌리에 온 힘을 쏟는 유형기는, 평균 5년입니다. 나무는 그렇게 유형기를 보낸 다음 줄기를 하늘을 향해 뻗쳐 가는 것입니다.

우리도 신앙도 먼저 뿌리를 내리고 뿌리를 강하게 키워가는 시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뿌리가 없기 때문에 흔들리고 좌절하고 무너지고 사고를 치는 것입니다. 먼저 신앙의 유형기를 가지십시오.

“그분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세워지며 가르침을 받은 대로 믿음 안에 굳게 서서 그 안에서 넘치도록 감사를 드리라.”(골로새서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