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육열 목사의 목회칼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은혜를 구합니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병사들 중에 한사람이 탈영을 했다가 붙들려 왔습니다. 그 병사는 이번이 두 번째의 탈영이었기 때문에 최고형인 사형을 언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그의 어머니가 나폴레옹에게 달려와서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절하게 탄원했습니다. 그러자 나폴레옹은 “두 번씩이나 탈영한 당신의 아들을 위해서 이런 탄원을 하는 것은 의롭지 않다”고 거절했습니다. 이때 그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제시여, 저는 의를 베풀어 달라고 탄원하는 것이 아니라 폐하께 긍휼을 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긍휼을 탄원하고 있는 것이지 의를 탄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 나폴레옹은 단호하게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탈영을 한 당신의 아들은 자격이 전혀 없다”라고 뿌리쳤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단념하지 않고 다시 엎드려 간절하게 빕니다. “황제시여, 제 아들이 자격이 없기 때문에 긍휼을 구하는 것입니다. 자격이 있다면 제가 왜 긍휼과 은혜를 구하겠습니까? 그러니 폐하, 제 아들에게 당신의 긍휼을 베풀어주십시오. 다시 한 번만 더 시작할 수 있는 긍휼을 주시옵소서.”

한 해의 끝자락에 오면 생각나는 말씀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자기 포도원에 심은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삼 년이나 되었는데도 무화과열매가 열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그 주인은 포도원지기에게 말합니다. “내가 이 삼 년 동안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구하되 하나도 찾지 못하니 그것을 베어 버리라. 어찌하여 그것이 땅을 버리게 하겠느냐?”(눅13:7). 그러자 포도원지기가 그 무화과나무를 살리기 위해 탄원을 합니다.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것을 그대로 두소서. 그동안에 내가 그것의 주위를 파고 그것에 거름을 주리니 만일 그것이 열매를 맺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그 뒤에 그것을 베어 버리소서”(눅13:8-9). 포도원지기는 한 번 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은혜를 구한 것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말에 내가 맺은 열매를 생각하면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우리는 당장에 베어버릴 수도 있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 예수님께서 옆에서 한 해만 더 참아 달라고 우리를 변호하시며 기회를 주십니다. 우리는 정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두 번째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어떤 것이든 한 번의 기회 밖에 없다면 그 기회를 잃어버렸을 때 오는 절망감은 엄청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한 번의 기회만 주신 것도 있고 두 번, 세 번의 기회를 주신 것들도 있습니다. 요나의 인생은 그냥 1장의 생애로 끝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요나서 2장을 주셨고 또 3장을 주셨습니다. 우리를 큰 물고기 뱃속 안에서의 고통에서 깨닫게 하시고 바로 잡으신 다음, 기회를 한 번 더 주십니다. “다시”의 은혜를 주신 것입니다. 요나 3:1절 말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주의 말씀이 요나에게 두 번째 임하여 이르시되”

요한복음은 문장구조로 볼 때 20장까지의 기록으로 끝낼 수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베드로에게, 제자들에게 ‘한 번 더’의 기회를 주시기 위하여 21장이 기록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그런 기회가 우리를 새롭게 하십니다. 우리를 빛나게 하십니다. 그 두 번째 기회 때문에 니느웨는 회개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더’의 기회 때문에 베드로와 제자들은 회복되어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들이 되었습니다. 2022년도를 보내면서 우리는 포도원지기가 주인에게 하는 탄원에 우리의 마음을 실습니다. 새해엔 열매 맺는 풍성한 한 해가 될 것을 다짐하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은혜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