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육열 목사의 목회칼럼

카운터 핏 갓 (Counterfeit god) : 내가 만든 신

  저하고 나이가 같은 팀 켈러 목사가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팀 켈러가 쓴 많은 책 가운데 <내가 만든 신>이라는 책에서 ‘카운터핏(Counterfeit)’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뜻은 “1. 위조의, 모조의, 가짜의, 거짓의, 허울뿐인/ 2. ~인 체 하는, 가장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니까 카운터 핏 갓(Counterfeit god)은 자신이 만든 가짜 신 이라는 말이다. 여호수아 7장의 아이성의 전투에서 패배감에 안겨 하나님께 슬픔을 안고 기도하는 여호수아의 기도에 보면 “슬프도소이다 주여...”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내가 만든 신>이라는 책에 슬픔과 절망이라는 단어를 풀어 놓았는데 이런 설명이 여호수아 7장에서의 여호수아의 기도를 마음으로 깊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절망은 슬픔과 다르다. 슬픔은 위로받을 수 있는 고통이다. 슬픔은 여러 좋은 것 중 하나를 잃었을 때 찾아온다. 예컨대 직장에서 낭패를 겪었다면 가정에서 위안을 얻어 헤쳐 나갈 수 있다. 반면에 절망은 위로 받을 길이 없다. 궁극적인 것을 잃었을 때 찾아오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길을 잃어버린 사람은 달리 의지할 만한 대안이 없다. 그야말로 기운이 꺾인다. 경제적 내리막길을 걸을 때 지독한 절망으로 변하는 이 우울한 이상기류의 원인은 무엇인가? 토크 빌은 “이 세상의 부실한 낙” 위에 세워 올린 결과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그것이 바로 우상숭배이다. 우상숭배라는 단어를 들으면 현대인은 목상 앞에 절하는 원시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수년 전 그리스 아테네를 갔었다. 저녁나절 광장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파르테논 신전을 보았다. 아레오바고에 서서 파르테논 신전을 보며 말씀을 외쳐 보기도 했다. 그리스 아테네는 우상의 도시였다. 그런데 그런 우상의 도시를 나보다 먼저 갔던 분이 있다. 사도바울이다. 사도행전에 보면 고대 그리스, 로마 세계의 문화가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당시 도시마다 좋아하는 신이 있어서 신전을 짓고 신상을 숭배했다. 바울이 아테네에 가보니 말 그대로 신상 천지였다. “그런데 바울이 아테네에서 그들을 기다릴 때에 그 도시가 온통 우상 숭배에 빠진 것을 보매 그의 영이 그의 속에서 격동하므로”(행17:16). 아테나 여신의 파르테논 신전이 전체를 압도했고 미의 여인 아프로디테, 전쟁의 신 아레스, 다산과 부의 여신 아르테미스,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 등 온갖 우상 신이 광장마다 즐비했다.

  우리 현대사회는 다를까? 다르지 않다. 문화마다 그 문화를 지배하는 우상이 있다. 미모와 권력과 돈과 성취의 신이 우리 개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서 신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름다움의 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지는 몰라도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외모와 몸매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우울증과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미의 여신 앞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르테미스에게 향을 피우지 않아도 돈과 성공을 세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자녀를 일종의 인신 제물로 바쳐 그 성공의 신에게 무릎 꿇고 있는 것이다. 성공만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학교를 갈 수만 있다면 잠시 하나님을 제껴 놓아도 괜찮다고 위안하고 있는 현대인들은 이미 성공의 신, 우상숭배를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여호수아 7장에 나오는 아간은 물질의 우상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을 영광을 위한 전쟁보다도, 하나님께 모두 바칠 것이라는 명령보다도 저것만 있으면 내 인생은 펴진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것이 우상숭배이다. 에스겔 14:3절에서, “사람의 아들아, 이 사람들이 자기 우상들을 자기 마음속에 세우고...” 무엇이든 우상이 될 수 있다. 돈이나 명예나 출세가 우상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을 대신할 수 있는 가짜 신이 될 수 있다. 카운터핏, 내가 만들어 낸 신이다. 저것만 있으면 내 삶의 의미가 있을거야... 저것만 있으면... 아간이 그랬다. 그 저것만을 갖고 싶어서 하나님의 명령도, 하나님의 말씀도, 하나님의 명예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저것만 손에 쥐려고 했던 사람이 바로 아간이다. 우상이란 무엇인가? 하나님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무엇이든 하나님보다 더 크게 당신 마음과 생각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한 것이 바로 가짜신, 카운터핏 갓이다. 지금도 21세기 아간은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