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육열 목사의 목회칼럼

주조장 아들 한 사람 때문에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두 딸들이 어렸을 때, 아마도 초등학교 때 그 여름 휴가 때 ‘남도답사일번지’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여행길에 대한 추억이 너무 좋아서 큰 딸 결혼 전에 가족 여행으로 또 다녀왔었다. 지금도 또 가고 싶은 곳이 강진, 해남, 일대다. 다산정약용의 유배지, 김영랑 생가, 도자기 축제, 땅 끝 마을 등이 있어서 자녀들을 데리고 가족 여행을 하기엔 딱 좋다. 딸들과 함께 그때 그곳에서 새겼던 다산의 교훈 두 가지,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라. 매일 기록을 습관화하라.”

  정약용은 39살에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정조의 죽음으로 갑자기 당파의 표적이 되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유배를 가게 된다. 18년간 유배지에 있으면서 그는 학문을 체계화하며 500여권의 책을 저술하였는데 그 결과로 우리가 잘 아는 책 <목민심서>도 나왔다. 다산의 유배지로 인하여 그곳 일대는 지금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어느 해인가 장흥에 문상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길은 정말 잘 되어 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가다가 목포에서 관산으로 가는 길, 마지막 단풍이 화려하게 물들은 골치재를 넘어 가니 그곳에 한 교회가 서 있다. ‘성남성서침례교회’이다. 그 일대에 ‘성서침례교회’가 다섯 교회나 있다. 이곳은 서울에서 오자면 아마도 다산의 유배 길에는 비할 순 없겠지만 승용차를 가지고 온다고 하더라도 정말 먼 길이다. 어떻게 이곳에 이렇게 교회들이 서 있을 수 있었단 말인가? 그 지역에 주조장 아들이 서울에 유학을 왔다가 한 선교사님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시절 주조장 아들이라고 하면 유학까지 시킬 수 있는 풍요로운 사람을 말하는데 그 주조장 아들이 서울에서 구원을 받고나서 이 복음이 너무나 놀라와 자기가 살던 고향에 이 복음을 전해 달라고 선교사님에게 간곡히 요청을 하였단다. 그 선교사님은 정말 서울에서 전라도 장흥까지 찾아갔다. 교통이 너무나도 잘 발달 되어 있는 지금도 장흥까지 가려면 만만한 거리가 아닌데 62년 전에 이곳까지 찾아 간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결단이 아니었으리라. 그 주조장 아들 한 사람 때문에 선교사님은 그곳에 가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였고 그렇게 하여 복음을 듣고 구원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져 교회들이 세워졌는데 무려 다섯 개나 세워지게 되었다. 주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사는 그 마을의 중심에 성남성서침례교회가 있다. 그렇게 복음의 영향으로 그곳에서 배출된 일꾼들이 내가 아는 목사님만 해도 네 명 이상, 사모님 한명이다. 각 교회에서 섬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렇게 하나님의 일꾼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주조장 아들 한 사람의 구원받음에 대한 감동과 열정 때문에 그 지역의 사람들이 구원을 받게 되었고 교회가 세워지게 된 것이다. 다산 유배지 못지않은 영적 불모지에 복음의 역사가 서려 있는 복음의 산 증거로 서 있는 교회들이다. 남도 여행길에 오른다면 꼭 가보아야 할 곳, 이 곳을 추천하고 싶다. 포근하게 감싸 안은 듯한 산 아래쯤에 우리 교회 집사님 어머님께서 95년의 생애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안장 되셨었는데 그 주조장 아들 한 사람 때문에, 그리고 그곳을 찾아간 선교사님의 헌신과 사랑 때문에 복음이 마을에 전해졌고 사랑하는 모친님도 그래서 구원을 받으시게 되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 그러면 네가 구원을 받고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은 한 사람 때문에 가족들이, 마을이, 한 도시가 구원을 받고 교회가 세워지는 것은 복음이 들어가는 곳에서 종종 일어나는 놀라운 역사다. 한 사람 때문에 죽음도 오고 생명의 복음의 소망도 일어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심판이 모든 사람에게 와서 정죄를 받게 한 것같이 그렇게 한 사람의 의로 말미암아 그 거저 주시는 선물도 모든 사람에게 와서 생명의 의롭다하심을 얻게 하였나니”(로마서 5:18). 기억하라. 나 한 사람의 복음에 대한 감격과 그 열정 때문에 복음이 불모지인 우리 가족들에게도 구원의 역사가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