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최육열의 목회칼럼

빈대보다도 못한 놈!

  지금 우리나라는 빈대 때문에 비상이다. 서울시를 비롯해서 전국 곳곳에서 빈대 신고가 빗발친다. 호텔 등 숙박시설과 고시원, 지하철,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할 정도다. 위키피디아 사전에는 빈대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빈대(베드버그)는 보통 밤에만 활동하여 피를 빨아먹는 곤충이다. 빈대에 물린 상처는 피부발진, 심리적 영향, 알레르기 증상 등 건강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빈대에 물리면 작은 부분의 발적부터 눈에 띄는 물집까지 피부 변화가 발행할 수 있다.”(위키피디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있다. 빈대에게 지긋지긋하게 당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모기 물린 가려움은 그 축에도 못 낄 만큼 극심하게 가려운 데다, 수백 마리 빈대를 일일이 잡자면 한도 끝도 없다는 걸 안다. 밤새 피투성이가 되도록 온몸을 긁어대며 이를 부득부득 갈지만 작고 납작해서 벽지, 가구, 벽 틈까지 속속 숨어 이 잡듯 박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옛날에는 ‘연막탄’이라고 불리는 훈증형 살충제를 밀폐시킨 방에 피워 그 연기로 박멸하는 방법을 많이 썼었다. 틈틈이 숨는 녀석들에게 구석구석 스며드는 연기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 벽지며 가구, 가전에 배인 역한 냄새가 모두 빠질 때까지 여러 날을 구역질에 시달린다. 그릇과 옷들도 전부 세척해야 한다. 그런 고역을 겪어서라도 없애고 싶은 빈대였으니 오죽하면 화재로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죽는 것만 시원하다’고 했을까. ‘빈대 없는 집은 흉가’라고 할 만큼 옛날에는 사람 사는 집이면 거의 빈대가 있었다.

  그런데 빈대도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이 놈의 빈대가 머리를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일을 생각 없이 하거나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빈대보다도 못한 놈”이라고 야단을 쳤다. 정주영 회장과 빈대의 인연은 19세 때였다. 고향 통천에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여러 차례 가출을 시도했던 그는 1933년 네 번째로 가출해 인천부두 막노동판에 뛰어들었는데, 낮에 일하고 노동자 합숙소에서 묵었다. 그런데 밤마다 빈대들이 달려들어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가만히 관찰해 보니 빈대들이 나무 침상의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침상 네 다리에 세숫대야를 놓고 물을 부어놓았다. 빈대들이 사람 냄새를 맡고 침상 다리를 타고 올라오다가 빠져 죽으니, 며칠간은 잠을 편히 잘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빈대들이 달려드는 게 아닌가? “아니, 여기에 올라오려면 세숫대야 물을 지나야 하는데, 헤엄도 못 치는 빈대들이 어떻게 올라올까?” 궁금해 하던 정주영 회장은 이유를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세숫대야 물을 건너 침상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빈대들은 벽을 타고 천정까지 올라가 정주영 회장의 몸으로 수직 낙하를 하더라는 것이었다. 마치 특수공수부대처럼 말이다. 빈대는 4~5mm의 야행성 곤충으로 낮에는 숨고 밤에는 먹이를 찾아다니는데 지능이 거의 측정되지 않을 만큼 미물에 속한다. 그래서 정주영 회장은 “하물며 빈대들도 목적 달성을 위해 저토록 머리를 쓰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는데, 사람이 최선을 다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고, 이후 직원들이 생각 없이 일 할 때마다 ‘빈대’에 빗대 야단치곤 했다는 말이다. 빈대도 생각하고 달려든다.

  빈대보다도 못한 놈!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은 구원받았다고 하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도 있는 것 같다. 생각하지도 않고 생활하는 모습은 신앙생활의 모습을 보면 안다. 구원받았다고 하면 우리의 기본은 예배다. 주님은 지금도 영과 진리로 예배드리는 자들을 찾으신다. 예배하는 자는 반드시 영과 진리로 예배해야 한다. 예배자는 무엇보다 주님을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우리가 주님을 기쁘시게 하면 주님도 우리를 기쁘시게 한다는 사실을 믿는다. 나를 구원하신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깨닫고 살아가길 원해서 사도바울은 에베소 성도들을 위하여(엡1:15-19), 골로새 성도들을 위하여(골1:9-12) 깨닫고 살아가기를 간구하였다.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 없이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 빈대보다도 못한 인간이라고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