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육열 목사의 목회칼럼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쳐라

  검단산은 몇 번 올랐어도 청계산은 기억에 한번은 가본 것 같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저/우종영)의 저자 우종영 나무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빌려서 청계산 소나무가 주는 인사이트를 정리 해 본다.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서 매봉에 이르는 길목, 등산객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제일 먼저 작은 정자를 만나게 되는데 초입에 잠시 걸음을 멈추어 찬찬히 살펴보면 정자 옆으로 기이한 모양의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소나무가 아주 기이하게 생겼는데 몸통이 마치 피리 장단에 고개를 든 코브라처럼 휘어져 있어 그 소나무를 처음 본 사람은 되게 웃기게 생겼다고 실소를 터트린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나무가 이렇게까지 휠 수가 있지?” 그곳에서 20년 이상 서 있는 소나무를 우종영 나무 닥터는 나무에 관심이 많은지라 오르내릴 때마다 그 나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계곡 옆에 자리를 잡은 소나무는 처음 10여 년간 주변에 해를 가릴 만한 나무가 없는 덕에 곧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무의 유년기를 지나 성목으로 자라던 어느 봄, 계곡 위쪽에 굴참나무가 소나무의 공간을 침범해 오기 시작했다. 모든 나무가 그렇지만 특히 햇볕을 많이 받아야만 제대로 클 수 있는 소나무는 저보다 훨씬 빨리 자라는 굴참나무에게 위협을 느끼는지 우듬지의 끝 눈의 방향을 계곡 쪽으로 틀었다. 나무의 우듬지는 나무줄기의 맨 꼭대기 부분으로 나무가 어느 방향으로 뻗어 나갈지를 결정한다. 그 우듬지가 굴참나무가 자기에게 비치는 해를 가리니까 방향을 틀은 것이다. 해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소나무는 방향을 틀은 채 몇 년을 지낸다.

   그런데 이번에는 굴참나무를 대신해 계곡 반대편에 산벚나무의 가지 끝이 소나무를 향해 자라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나무는 다시 계곡 아래쪽으로 우듬지를 튼다. 결국 소나무는 누가 억지로 잡아 휘 놓은 것처럼 ㄷ자 모양의 희한하게 생긴 몸통이 되었다. 청계산 소나무의 수난이 이대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또 이번에는 아래편에 있는 산딸나무가 문제였다. 언제 자리 잡았는지도 모를 산딸나무가 기세 좋게 가지를 뻗어 오니까 소나무는 다시 우듬지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제 소나무는 더 이상 이제는 뻗어 갈 곳이 없었고 햇볕을 받을 재간이 없었다. 해를 향하여 우듬지를 뻗어가야 하는데 모두 가려져 있었다. 이제 소나무는 고사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바로 그 순간 예기치 않은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 때마침 사람들이 정자를 짓는다며 소나무 위쪽에 있는 굴참나무를 베어버린 것이다. 갈 곳이 없어 방황하던 소나무의 우듬지는 결국 처음의 제자리로 돌아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소나무가 긴장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언제 또 다른 나무들이 자신의 공간을, 햇볕을 받을 공간을 침범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인사이트가 있다. 나무는 늘 변함이 없이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변 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생명체이다. 나무는 움직일 수 없는 탓에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고, 생존하려면 주변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재빨리 대응을 해야 한다. 말 그대로 나무의 삶은 선택의 연속인 셈이다. 해를 향하여 뻗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우듬지의 끝은 배의 돛대 꼭대기에서 주변을 감시하는 선원과 같은 것이다. 항해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발견하면 즉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우듬지의 끝은 가지에 이르는 햇볕의 상태를 일분일초 예의 주시하다가 조금이라도 달라질 낌새가 감지되면 미련 없이 햇볕을 향하여 방향을 바꾼다. 그 선택에 주저함이 없다. 오늘 하루 살다가 끝날 모습처럼 곧바로 즉시 선택한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고난과 역경이 다가올 때에 우리는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우리의 영적 우듬지를 주님을 향하여 틀어야 한다. 내 모양이 어떻든 간에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 그때 우리의 믿음의 줄기가 하늘을 향하여 뻗어 올라가는 것이다.

“그분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세워지며 가르침을 받은 대로 믿음 안에 굳게 서서 그 안에서 넘치도록 감사를 드리라.”(골로새서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