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육열 목사의 목회칼럼

습관화된 감정

  심리학자 필립 브릭먼(Philip Brickman)은 서로 다른 두 집단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관찰실험을 했다. 한 집단은 얼마 전 복권에 당첨되어 일순간 큰 부자가 된 사람들, 또 다른 집단은 최근에 사고를 당해 몸이 마비된 사람들이다.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하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 행복감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는데 정말 복권에 당첨된 그룹의 행복도는 이전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증가되었다. 그러나 사고를 당해 몸이 마비된 사람들의 행복도는 이전과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지났다. 두 그룹의 행복도를 다시 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복권 당첨자들의 행복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복권에 당첨되기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사고가 난 사람들의 행복도는 시간이 지나자 사고가 나기 전과 비슷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이 실험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일이 있어도, 혹은 아주 나쁜 일이 있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본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감정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정은 습관이다(박용철 지음)’라는 책의 처음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감정이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게도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나쁜 일이 있어도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감정으로 되돌아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뇌가 그렇게 시키기 때문이다.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뇌는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평소에 유지했던 익숙한 상태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공감이 된다.

   "뇌는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이라고 해서 더 좋아하지 않는다. 유쾌한 감정이건 불쾌한 감정이건 익숙한 감정을 선호한다.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일지라도 그것이 익숙하다면 뇌는 그것을 느낄 때 안심한다.”

   우리의 죄를 짓는 습관도 같은 원리이다. 구원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침례까지 순종을 했다. 믿음으로 살아보겠노라고 신앙생활에 매진한다. 그런데 생활적인 면을 보면 변화된 것이 별로 없는 분들이 있다. 여전히 죄를 짓는다. 그리고 후회한다. 교회에 오면 회개도 한다. 다시는 그런 죄를 저지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소위 ‘은혜를 받고’ 예배를 마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그 죄를 저지르고 있다. 감정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늘 '나는 아픈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가득 들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아픈 것이 수년이나 흘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프다’가 항상 습관화되어 있다. 왜 그럴까? 감정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죄를 짓는 것은 습관화된 감정 때문일 수 있다. 내가 자주 우울증에 빠지는 것도 습관화된 감정 때문일 수 있다. 뇌는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이라고 해서 더 좋아하지 않는다. 좋든 나쁘든 익숙한 감정을 더 좋아한다. 익숙한 것으로 돌아오면 그것으로 안심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감정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말씀이 나를 가득 채우는 습관을 길러라. 하나님 앞에 늘 엎드리는 시간을 가지라. 영적인 사람들을 자주 만나 교제에 참여하는 자가 되라.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라면 하나님의 말씀이 나를 지배하고 살아야 한다. 나의 감정도 생각도 마음도 모두 하나님의 말씀으로 채워야 한다. “지혜로운 자들과 함께 걷는 자는 지혜로우려니와 어리석은 자들의 벗이 되는 자는 멸망을 당하리라.”(잠 13:20). 이렇게 당신이 감정을 주님이 원하시는 감정으로 만들어 가라. 감정도 습관이다.